sns에서 우연히 책 광고를 보게 되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예쁜 겉표지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유랑의 달'은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뽑은 2020년 서점대상 작품이다. 단순히 작가명과 책 이름을 보고 읽었다. 완독 후 작가 설명을 읽지 않아 다행으로 여겼다. 처음부터 작가 소개를 봤다면 난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쓰도록 하겠다.
여자아이는 조금은 자유분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이 흩어지게 되었다. 주인공 여자아이 '사라사'는 이모네 집에 맡겨지게 되었다. 여태껏 부모님과 살던 방식과 이모의 삶의 방식이 다름을 깨닫고 상식 있는 아이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아들의 비상식적인 면은 깨닫지 못했다. '사라사'는 매일 밤 다카히로의 방문을 견뎌야 했다. 언제부턴가 한 청년이 '사라사'와 친구들을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로리콘 같다며 불안했지만 별다른 행동이 없자 신경 쓰지 않았다. 비 오는 어느 날 우산 없이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는 '사라사'에게 놀이터 무리를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던 청년이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며 자신의 집에 오겠냐고 묻는다. '사라사'는 망설임 없이 '사에키 후미'의 집으로 향한다. 며칠 후 '사라사'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이모네는 실종신고를 한다. '사라사'는 '후미'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이모네보다 편한 그의 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유로운 '사라사'와 육아서적의 목차대로 자란 '후미'는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2개월 후 '사라사'는 tv에서 판다를 보고 실제로 보고 싶다면 '후미'를 조르기 시작한다. 전철로 한 시간 거리에 동물원에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공개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터라 방문자들은 그들이 유괴사건의 당사자임을 알게 되었고, '후미'와 '사라사'는 각각 의료 소년원, 아동보육시설로 들어가게 되며 사건은 마무리된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사라사'가 '후미'가 운영하는 카페를 우연히 방문하며 시작된다. 이 둘은 시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관계에 묶여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인적사항을 포함한 졸업한 학교, 다니는 직장, 사는 장소 등이 그 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개되고 있었다.
'사라사'와 '후미'는 각각 '료'와 '다니'라는 사람과 사귀고 있었다. '사라사'와 '후미'가 다시 만나며 둘의 관계는 조금씩 비뚤어진다. 다른 점은 '사라사'는 유괴사건의 피해자,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주위 사람들의 원치 않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면 '후미'는 어쩌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누구도 그를 무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후미'는 외로움과 슬픔을 혼자서 견뎌야 했다. 그런 '후미'의 모습을 본 '사라사'는 자신과의 만남이 유쾌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동거인 '료'에게 아르바이트 시간도 숨기며 그의 카페를 자주 방문했다. 그녀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료'가 그녀의 뒤를 밟으며 또 다른 긴장감이 생긴다.
소설 속 '사라사'는 빛이었다. 자신을 솔직히 드러냈다. 이모네 살면서 상식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했지만, '후미'를 만나며 그녀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유괴사건 종결 후 이모네로 돌아온 '사라사'는 '유괴 동안 끔찍한 일 당했지?'라며 다가오는 다카히로에게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친다. 그녀는 사회에 나와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에 반해 '후미'는 어둠이었다. 소아성애자인 자신을 숨기며 살아야 했기에 드러내거나 혹은 자유와는 먼 사람이었다. 경찰에 잡혀서도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소년원에 들어가 형을 마쳤다. 하지만 '사라사'를 만나며 '후미'가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청년 일 때 유괴사건에는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죄를 지었다 말했지만, 경찰이 사라사의 직장동료의 아이와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조사하려 하자 완강하게 거부하며 울부짖었다. 똑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부당함을 드러낸 걸까? '사라사'도 '후미'가 다시는 어둠에 빠지지 않도록 그를 항변하며 과거에 자신이 솔직히 말하지 않았던 다카히로의 이야기를 꺼낸 뒤 '후미'와 직장 동료의 아이 '리카'의 손을 꼭 쥐고 집으로 돌아간다.
후반부에 '사라사'와 '후미'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두 주인공도 내적으로 강하게 서로를 원한다는 걸 알고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알고 보니 '후미'는 인터넷에 '사라사'의 근황을 읽고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로 이사왔다. 그리고 일본어로 사라사의 뜻을 가진 'calico' 카페를 열었던 것이다. 어쩌면 주위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둘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유괴 사건을 들먹이며 자신들 심판자라도 된 듯이 그 둘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 둘이 만날 수 있도록 오작교를 해준 셈이다.
다 읽고 나서야 '후미'는 소아성애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후미'는 '작은 물푸레나무'를 키우고 있었는데, '후미'는 유독 이 물푸레나무에 집착하고 있었다. '후미'가 '사라사'에게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대목에서 소설이 독자에게 힌트를 계속 제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후미의 할머니 집을 신축하며 후미의 엄마가 정원에 물푸레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자라지 않자 뽑고 새로운 물푸레나무를 심었다. 신체의 변화가 더디자 버려졌던 물푸레나무에 자신을 비유하며 사춘기를 겪는다. 소설에는 직접적으로 병명이 적혀있지 않다. 아마도 '후미'는 '클라인펠터 증후군'을 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성은 보통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호르몬 이상으로 가끔 여성 염색체인 x를 1~3개 정도 더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를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라고 한다. 증상은 333p의 내용과 비슷하다. '제2차 성징이 오지 않는다.', '변성기가 없고 체모가 얇다.', '큰 키 그리고 팔다리가 길고, 아이 때 그대로 발달이 멈춘 성기' 등이다. 가슴은 확실하지 않지만 336p '그녀들의 부푼 가슴이나, 옅게 바른 립스틱, 친구들의 눈길을 빼앗는 모든 것에서 나만 혼자 눈을 내리 깔았다. 여성이 되어가는 그녀들을 보고 있으면 미발달 한 신체라는 열등감이 더욱 두드려졌다.'라는 문장을 읽고 '후미'가 왜 소아성애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족에게서도 버림받은 두 사람은 작은 세계에 둘 뿐이었다. 아니 작은 아이였던 '리카'도 그 둘의 관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세상이 납득할 말은 없다. 이 문장을 읽고 나도 리카처럼 그 둘을 지지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쉽지 않다. '나기라 유 작가'는 남자와 남자 간의 사랑이야기를 꾸준히 썼다고 했다. 만약 내가 작가 소개를 처음부터 읽었더라면 'BL소설을 쓰는 사람이 쓴 이야기는 어딘가 그런 감정이 느껴질지도 모른다'라는 전제하에 읽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선입견을 가지고 읽었을 것이다. 유랑의 달은 사회에 튕겨져 나와 정착하지 못하는 사라사와 후미를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달은 어디를 가도 떠있으니까, 달의 모양이 변해도 달은 달이다. 어디를 가도 두 사람은 두 사람이니까,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 둘의 관계에 초첨을 맞춰 읽기보다는 작가가 이 둘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찬찬히 읽어보기를 바란다. 한 문장 정도는 독자의 머릿속에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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