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잡생각'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작된다. 치약이 없는 걸 깨닫지 못하거나, 마모된 칫솔이 이를 제대로 닦아내지 못할 정도로 머릿속은 이미 딴짓 중이다. 내가 아침에 피곤한 이유는 어제 책을 읽다 밤을 새운 탓이 아니라 아직도 꿈을 현실이라 착각하는 망상이 회사에 도착해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와 공상은 극과 극이다. 천당과 지옥이 아니라 몸은 하나인데 한쪽만 영혼의 밀도가 높은 편이다. 정신도 체력도 양 쪽을 왔다 갔다 하느라 남들보다 두 배 가까운 에너지를 소비한다. 곯은 배는 눈치 없이 업무에 치중하지 않음을 발설한다. 하는 수 없이 과자 한 조각 물려주며 자유의 시간을 만끽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20분 만에 배고픔을 해결한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 작은 메모장을 꺼내 사람들이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행진곡을 칠 동안 깨어날 때부터 머릿속을 맴돌던, 모습도 갖추지 않은 잡생각을 잠재우기 위한 타자 자장가를 친다. 오후는 이들이 더 왕성하게 활동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짧은 아침과는 다르게 오후는 식곤증과도 겨뤄야 하기 때문에 이미 예전에 소화된 엄마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공식적인 하루 업무를 끝낸다. 비 공식적인 업무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내일로 넘긴다. 지하철을 타며 핸드폰을 손에 들고 너튜브 영상을 봐도 요즘은 재미있는 얘기가 없다. 너튜브 알고리즘도 내 지루함을 파악하지 못했다. 인터넷 즐겨찾기, 좋아요 한 영상, 나중에 다시 볼 영상 등 '바쁘지 않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이 넘쳐나도 실행하지 않아서 안도의 숨을 쉰다. 업무도 휴식도 딴생각 때문에 미뤄진다.
나는 미루기를 좋아했다. 먹고 남은 쓰레기도 발 디딜 틈이 없어질 때가 되어서야 정리를 시작했다. 막상 청소를 시작하면 그래도 끝을 보기는 한다. 어중간하게 끝을 내지 않는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게 청소밖에 없다는 것이 흠이다. 공부나 운동이나 취미를 죽기 살기로 덤벼들지 않아서 일까? 기타도 댄스도 영어공부도 항상 시작은 거창한데 결과물을 내기 쉽지 않다. 청소는 시작만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방 눈에 띈다. 성과를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취미나 공부는 실력이나 성장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글쓰기도 똑같다. 항상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글쓰기 책을 많이 구입하지만 정작 끝까지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왜 하고 싶다면서 하지 않을까? 문제는 시작을 하더라도 스멀스멀 떠오르는 "잡생각"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책을 읽고 있어도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책을 읽는 와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에게 물었다. 다시 생각을 집중하지만, 금방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기억해 내려고 애쓰다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며 머릿속은 온통 '잡생각'이 장악해버렸다. "잡생각"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자기 것으로 만들게 분명했다. 그래서 왜 "잡생각"이 생겨나는지 적어보기 시작했다.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잡생각'이기 때문에, 얼마나 하찮은지 눈으로 확인 작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의외였다. 양치질을 할 때는 회사일을 걱정하고, 회사일을 하고 있을 땐, 집에 가서 할 일을 걱정하고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는 내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잡생각"은 과거도 아닌 다가올 미래를 하염없이 걱정만 하는 내 자신이었다. 예전에는 과거에 매달려 현재를 보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후회"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걱정"으로 변모했다. 과거에 부족한 '확신'과 '자신감'이 불안감으로 변해 내 미래를 불행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쓴 문장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걱정거리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왜 불안감이 생겼는지 사실 잘 알고 있었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하찮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일이 잘 풀리면 '운이 좋았네' 라며 넘기고, 실수를 하거나 잘못하면 '역시 난 안돼' 라며 자책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이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잡생각'을 지우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글을 쓰고 싶은지를 적어 보았다. 뭐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한 내 욕심이 문제였다. 100일, 약 삼 개월 동안 걱정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다니던 회사도 때려치웠다.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과연 곰도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어서 사람이 되었는데, 하물며 사람이 100일 동안 무언가에 몰두하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춤도 배우고 기타도 배우고 글도 쓰고 다이어트도 하고 그동안 하고 싶던 공부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걱정'과 '잡생각' 대신 대체할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이 블로그는 기록을 남기는 일기장으로 써보기로 했다. 100일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면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이 100일 동안은 후회 없이 살고 싶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불안감으로 이끄는 '잡생각'과 '걱정'을 이로운 행동과 생각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 중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좋아했지만 시작하지 못했거나 그만둔 사람이 있다면 한번 글쓰기에 대해 10분이라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은 왜 글을 쓰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를 읽고 1일 글쓰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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