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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법

[글쓰기]잠들어 있던 오감각 깨우기

by ▤◎↔☏♪№ 202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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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인간이 느끼는 다섯 가지 감각을 뜻한다. 우리는 평소에 보고 듣는 걸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느낀다. 각 감각기관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감에 의존하여 글쓰기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상황이나 생각을 조금만 관찰하고 들여다보아도 전혀 색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중도도 높아지고 관찰력이 좋아지면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글쓰기가 만만 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책에서는 오감에 대해 글을 써보자고 하여 하루 동안 내가 느낀 것을 상세하게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로 시각은 눈으로 보는 감각을 말한다. 스쳐가듯이 보는 게 아니라 좀 더 집중하여 지긋이 바라보았다. 회사 출근하기 전 배웅하러 나오신 엄마와 눈인사를 한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시는 엄마는 항상 피곤하시지만 그래도 큰 딸의 출근길은 매번 즐겁게 배웅해주신다. 그래서 나의 아침은 출발이 좋다. 출근길에는 여러 나무와 화단에 핀 꽃들이 나를 반겨준다. 그들의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서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활짝 피어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침이란 사람들과 유일하게 눈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퇴근길에는 피곤하여 우리를 마중하는 꽃들을 맞아 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계절이 달라짐을 느끼는 건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알 수 있다. 굳이 백화점이나 옷가게를 가지 않아도 스타일에 따라 입은 옷을 보며 유행 트렌드를 대충 가늠한다. 예쁜 옷을 보면 비슷한 사진을 찾아 쇼핑 목록에 저장해 둔다. 회사로 가는 길, 내 눈은 여전히 쉴 새 없다.

 

두 번째는 귀로 듣는 청각이다. 어떤 날은 알람 소리에 잠을 깨지만 어느 날은 까치와 참새가 싸우는 소리에 깰 때도 있다. 이 근방에는 비둘기가 없는 대신 까치와 참새가 이 구역을 점령하고 있다. 참새는 여러 무리가 모여 모이를 먹거나 전깃줄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까치는 큰 날개를 퍼덕이며 흡사 독수리처럼 위엄을 뽐내듯이 목청을 뽐낸다. 예전 시골에서는 닭이 할머니의 잠을 깨웠다면 요즘은 동네 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밤에는 제 둥지에서 조용히 잠을 자니 동네에서도 크게 제지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학년별로 학교에 간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도 그만큼 줄어든다. 왠지 학생들이 웃는 소리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세 번째는 후각이다. 가방은 자주 빨 수가 없어서 특히 냄새에 민감한 덕분에 백화점에서 받은 향수 시향 종이를 버리지 않고 가방 안에 넣어둔다. 그럼 좋은 향기를 맡으며 향기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다. 계절이 바뀌며 오랜만에 꺼낸 옷에서 꿉꿉한 냄새가 날 때면 시향 종이를 껴 놓고 다음 날 입으면 냄새가 덜 난다. 향수 뿌리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옷에서 나는 잔향은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 후 풍기는 락스 냄새도 좋아한다. 찌든 냄새가 나는 화장실을 청소하면 락스 향 때문일까? 더 청결해 보인다. 물론 몸에는 매우 안 좋으니 적당히 코로 적당히 흡입해야 한다.

 

네 번째는 혀로 맛보는 미각이다. 나는 미각에 매우 약하다. 음식도 상하지 않거나 정말 맛없지 않은 이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그냥 먹는다. 맛을 음미하거나 음식 맛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엄마가 아침마다 갈아주는 야채 주스도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몸에 좋으니까 마시는 거다. 다만 좋아하는 거라면 얼음을 동동 넣은 아이스커피를 매우 좋아한다. 시원하게 넘어가는 목 넘김은 탄산과는 다른 시원함이 느껴진다. 요즘은 다이어트로 반숙란과 닭가슴살만 먹다 보니 단맛과 짠맛은 조금만 먹어도 과하게 느껴진다. 건강하려면 미(味)적 감각은 둔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부로 느끼는 촉각이다. 예전부터 많이 덜렁대서 잔 상처가 많다. 그래서 종이에 칼에 자주 베여 손가락에는 빨간 선을 달고 산다. 오늘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괜히 긴장이 되어 손잡이가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아직 여름도 아닌데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도 들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제 세탁했던 빨랫감을 갠다. 햇빛에 바짝 말라 뽀쏭뽀쏭한 마른빨래가 푹신하면서도 거칠게 느껴진다.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인형을 품에 안고 잔다. 없으면 못 잘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없으면 허전하다. 사람과 닿는 감촉은 싫지만 인형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적다 보니 생각보다 꽤 많다. 감각에 관련된 문장을 적고 나의 생각을 곁들이면 글 맛이 난다. 오감에 관련된 메모를 하다 보면 잘 써지는 감각이 있는가 하면 적기 어려운 감각도 있다. 그럴 때 한번 더 주위를 둘러보며 하나 씩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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